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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신경 가소성을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식단

뇌가 더 잘 배우고 회복하도록 돕는 식단 전략, 과학적으로 입증된 음식들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사람의 뇌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적응한다. 이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신경 가소성은 학습, 기억, 감정 조절, 창의성 같은 모든 정신 기능의 기반이 되며, 손상된 뇌가 회복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기능은 단순히 반복 훈련이나 자극만으로 강화되지 않는다. 뇌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고 시냅스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생화학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식단이다. 뇌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20%를 사용하는 고에너지 기관이며, 신경 전달과 세포 재생을 위해 다양한 영양소가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뇌 안의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생성과 시냅스 성장, 염증 억제를 조절하는 주요 인자들이 식사를 통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과학적으로 입증된 음식과 영양소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어떤 방식으로 식단을 구성해야 뇌가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다.

신경 가소성을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식단
채소

 

오메가3 지방산, 신경 연결성을 높이는 핵심 성분

 오메가3 지방산은 신경 가소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영양소다. 특히 DHA(docosahexaenoic acid)는 뇌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뉴런 간의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이고 시냅스의 형성을 촉진한다. DHA 수치가 높은 뇌는 집중력, 학습 능력, 기억력에서 뚜렷한 이점을 보인다. 또한 오메가3는 염증을 억제하고 BDNF의 생성을 도와, 뇌세포 간의 연결을 촉진한다.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연어, 고등어, 참치, 정어리 같은 기름진 생선이 대표적이며, 아마씨, 치아씨, 호두 같은 식물성 오일도 일부 오메가3을 공급한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이 시기에 뇌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기 때문에 주 2~3회 이상의 지방이 풍부한 생선 섭취가 권장된다. 또한 식물성 오메가3는 체내에서 DHA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생선을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식단에서 오메가3가 부족하면, 신경세포막이 경직되고, 시냅스 가소성이 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신경 가소성 전반이 저하될 수 있다.

항산화 성분과 폴리페놀, 뇌를 노화와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식물성 영양소

 뇌는 많은 산소를 사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산화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다. 산화 스트레스는 뉴런을 손상시키고 시냅스를 파괴하는 원인 중 하나이며, 신경 가소성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 이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항산화 성분과 폴리페놀이다. 대표적인 항산화 식품은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이며, 이들은 뇌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강력한 성분인 커큐민(curcumin)은 강황에 포함된 화합물로, 항염·항산화 작용 외에도 BDNF 분비를 직접 자극하는 기능이 있다.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녹차,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 70% 이상), 포도, 적양파, 올리브유 등이 있다. 특히 다크 초콜릿에 포함된 플라바놀은 뇌 혈류를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하루 10~20g 이내 섭취가 가장 효과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분들은 뇌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시냅스 활성도를 높여 결국 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장 뇌 축을 고려한 식이섬유와 발효식품, 미생물의 힘으로 신경을 재구성하다

 신경 가소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뇌축(gut-brain axis)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장 내 환경이 불균형하면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은 뇌의 염증을 억제하고, BDNF 생성을 촉진한다. 이 기능을 극대화하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과 발효식품을 식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식이섬유는 현미, 귀리, 렌틸콩, 브로콜리, 아보카도 등에 풍부하며, 이들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좋은 미생물 환경을 만든다. 발효식품으로는 김치, 요구르트, 된장, 낫또, 사우어크라우트 등이 있고, 이들은 직접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공급한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과 뇌 건강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가 활발하며, 아이들의 감정 조절 능력, 집중력, 사회성 등도 장 건강과 연결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결국 장 건강이 신경 가소성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소화 기능 그 이상이라는 점에서, 장을 돌보는 식습관은 필수다.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음식 피하기, 설탕, 트랜스지방, 정제 탄수화물

 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그 기능을 해치는 음식을 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해로운 식품은 정제된 설탕과 고탄수화물 식품이다. 설탕은 BDNF의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 뇌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과도한 당 섭취는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수축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학습력과 기억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트랜스지방 역시 뇌세포막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시냅스 전달 속도를 느리게 한다.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마가린, 튀김류 등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신경 가소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알코올 역시 BDNF를 억제하며, 뇌세포 생성을 방해한다. 실제로 지속적인 음주는 전두엽 기능 저하, 기억력 장애, 감정 기복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의 유연성을 살리고자 한다면, 단순히 ‘좋은 음식’을 더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나쁜 음식의 섭취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