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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동의 신경 가소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뇌

 오늘날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며 자란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거나 잠시 집중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주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디지털 기기가 가진 정보 전달의 속도와 편리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아동기의 뇌는 여전히 매우 유연하고 민감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 시기의 뇌는 다양한 자극을 통해 시냅스가 생성되고 강화되며, 이를 통해 사고력, 기억력, 감정 조절, 사회성 같은 핵심 기능이 자라난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자극은 일반적인 환경 자극과 질적으로 다르며, 과도하거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반복될 경우 뇌 발달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신경가소성의 특성상 어떤 자극이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그에 맞춰 뇌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사용 패턴이 장기적으로 뇌에 부정적인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시각 자극이 초래하는 집중력 저하

 디지털 기기는 시각 중심의 자극을 과도하게 제공한다. 빠르게 깜빡이는 화면 전환, 과도하게 생생한 색채, 강한 명도 대비는 아이의 시각 처리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하며, 이는 뇌의 시각 피질을 중심으로 특정 회로의 과잉 활성화를 유도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환경이나 일상적인 학습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되고, 소리 없이 책을 읽거나 교사의 설명을 듣는 활동에는 흥미를 잃는다. 이처럼 신경가소성은 뇌가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는 능력이지만, 적절하지 못한 자극에 적응하게 되면 오히려 불균형적인 뇌 구조로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이는 단지 ‘산만함’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의력 결핍, 실행 기능 저하 등의 인지 장애로도 연결될 수 있다.

 

수동적 정보 수용이 자발적 사고력을 약화시킨다

 디지털 콘텐츠는 대부분 아이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는 과정’에 집중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유튜브 영상이나 숏폼 콘텐츠처럼, 짧고 자극적인 형식의 정보들은 아이가 깊이 사고하거나 분석할 기회를 빼앗는다. 뇌는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정리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 때 가장 활발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의 뇌는 정보를 기다리지 못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나 자극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방향으로 신경회로가 형성된다. 특히 전두엽 영역은 자기 통제, 계획, 추론 능력을 담당하는데, 디지털 환경은 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발적 사고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이 충분히 자라기 어려워지고, 이는 학업 성취도나 사회적 적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이 아이의 두뇌 발달을 ‘편향된 구조’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감정 조절 기능과 사회성 발달의 저해

 신경 가소성은 감정 조절 및 사회적 상호작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동기는 타인의 표정을 해석하고, 감정을 공감하며, 갈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정서적 학습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채팅이나 이모티콘 중심의 소통은 실제 표정, 목소리 톤, 눈빛 등의 감정 신호를 생략한 형태이며, 이로 인해 뇌는 감정 해석 능력을 제대로 훈련할 기회를 잃는다. 또한 SNS나 게임 커뮤니티에서의 즉각적 반응, '좋아요'나 '레벨업' 같은 보상은 현실 세계의 관계보다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 익숙해진 아동의 뇌는 점차 현실 인간관계에서의 인내심, 감정 표현, 협력 능력을 발달시키기 어렵게 된다. 변연계와 전두엽의 균형적 발달이 중요한 시기에, 디지털 기기는 오히려 그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해결 방안, 디지털 기기의 ‘사용 방법’에 달려 있다

 디지털 기기가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다. 핵심은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부모와 함께 정해진 시간  동안 교육용 앱을 사용하는 것은 뇌의 인지 기능을 강화하고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방임적 사용은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하루 1시간 이내로, 부모나 교사의 감독 아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독서, 놀이, 친구와의 상호작용 같은 비디지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사용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신경가소성은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쉽게 영향을 받는 유연한 성질이기 때문에, 어릴수록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기 차단이 아니라, 뇌 발달에 맞춘 ‘균형 잡힌 사용 전략’이다. 아동의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와의 관계를 새롭게 재설계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부와 교육부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떻게 바라볼까

 정부와 교육부는 디지털 기기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사용이 아동·청소년의 뇌 발달과 정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신경가소성이 활발한 시기에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집중력 저하, 사회성 약화, 수면 장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 균형 잡힌 사용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기 활용을 넘어서 “디지털 주권”과 “건강한 기기 사용 습관”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에는 디지털 기기 과의존 예방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 내에 포함시키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웰빙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덜 쓰자’가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동의 신경 가소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디지털기기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쉼 센터'도 정부의 대표적인 대응책 중 하나다. 이 센터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게임 과몰입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공공기관으로, 전국적으로 센터가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일부 지자체는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공공 와이파이 차단 시간대를 운영하는 등의 실험적인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에듀테크 활성화를 통해 AI 기반 맞춤형 학습도 장려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기 자체를 악으로 보지 않고, ‘사용 목적’과 ‘사용 방식’의 전환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디지털화가 아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오프라인 경험과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정부와 교육부는 ‘디지털 교육의 확대’와 ‘두뇌 건강의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교육부는 디지털 기기를 단순한 금지의 대상이 아닌, 올바른 사용을 위한 교육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자기 조절력을 기르기 전에 기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 사회 전체의 공동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성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관련 법안과 지침도 점차 구체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