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신경 가소성의 능력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
뇌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뇌의 회복성과 적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검색, 추천, 번역, 글쓰기, 요약, 디자인, 그리고 심지어 의료 판단까지도 AI가 대신해 주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제 뇌를 쓰지 않아도 되는가?”. 기술이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만큼, 우리가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뇌는 점차 덜 사용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은 약화되며,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 역시 둔화된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가 학습, 기억, 감정, 판단, 창의성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 구조를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줄어들면 단순히 뇌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서, 뇌가 스스로를 회복하거나 성장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AI 시대가 인간의 뇌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덜 쓰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신경 가소성을 지켜내기 위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 뇌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더 확장되기 위한 뇌 사용 전략과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소비가 뇌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 뇌 자극의 불균형 현상
AI가 제공하는 빠른 정보, 요약된 지식, 자동화된 판단은 인간의 뇌가 느끼는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이는 곧 뇌의 ‘깊이 사고하는 시간’을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SNS, 유튜브 쇼츠, 자동 번역, 요약 서비스 등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뇌는 수동적 정보 수용의 패턴에 익숙해지며 능동적 사고를 하지 않게 된다. 이는 신경 가소성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신경 가소성은 반복적인 사고, 복잡한 문제 해결, 집중적 학습을 통해 강해지는데, 정보를 자동으로 ‘받기만’ 하는 구조는 시냅스 형성을 촉진하지 않는다. 더욱이 디지털 콘텐츠는 짧은 주기마다 자극을 바꾸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약해지고 주의가 산만해지는 뇌 구조로 변형되기 쉽다. 예를 들어, AI 요약 기능이나 자동 검색 제안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게 만들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뇌는 점차 퇴화하고 비판적 사고력과 추론 능력을 잃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능 저하가 아니라, 뇌의 가소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능동적 학습, 문제 해결, 창의적 사고의 복원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뇌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능동성’의 회복이다. 뇌가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관을 유지할 때, 신경 가소성은 강화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은 독서와 필기, 요약, 토론이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거나, AI 없이 요약하고 타인과 토론하는 활동은 뇌의 전두엽과 해마를 동시에 자극하는 강력한 뇌 운동이 된다. 또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다양한 관점에서 유추하거나 실험해보는 과정은 시냅스의 연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고, 실수와 시행착오 속에서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반복하는 루틴이 뇌의 구조 자체를 강화시킨다. 창의적인 활동 역시 중요하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문제 창작,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등은 뇌에 예측 불가능한 자극을 주며, 이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새롭게 만든다. 중요한 건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조작하고 창조하는 것’이 뇌를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신체 운동과 뇌 활동의 연결 , 뇌는 몸과 함께 움직일 때 살아난다
신경 가소성은 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신체 활동은 뇌의 가소성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입증되어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해마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BDNF 수치를 높이며,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특히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조깅 같은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시냅스 활동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AI 시대에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화면을 보며 보내는 현대인은 뇌와 몸이 분리된 생활을 하게 되며, 이는 신경 가소성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환경이다. 뇌는 단순히 정보를 입력받는 장기가 아니라, 몸과 함께 움직이며 경험하고 반응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이다. 따라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 예를 들어 요가, 명상, 춤, 스포츠 게임 등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여 인지 능력과 정서 조절, 기억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몸을 사용하는 동안 감각 자극, 공간 지각, 균형 감각 등 다양한 입력 정보가 뇌로 전달되며, 이는 신경 가소성 유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술과의 균형, ‘디지털 휴식’과 ‘능동적 AI 활용법’ 만들기
AI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은 아니다. 중요한 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뇌를 자극할지를 결정하는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디지털 디톡스’ 시간으로 설정하여, 아무런 화면 없이 뇌가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AI를 사용할 때도 그 결과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거나,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AI의 추천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그 배경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거나 다른 대안을 비교 분석하는 활동은 뇌의 깊이 사고 능력을 유지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나 기획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결과를 토대로 자기식 표현으로 재구성하는 능동적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이 도구를 능동적으로 사용하느냐, 수동적으로 소비하느냐가 신경 가소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AI와 뇌의 연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추천 도서 10권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 마이클 가자니가
뇌과학의 대가 가자니가가 바라보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고의 본질적 차이. 뇌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복합적 자기 조직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 AI와 뇌의 작동 원리를 비교하면서 인간의 독창성, 의식, 사고의 ‘질’을 논함.
신경 가소성과 인공지능, 토머스 루이스 외
뇌의 가소성이 어떻게 AI 알고리즘 모델과 연결되는지를 설명. 뇌를 모방한 신경망이 실제로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신경과학 관점에서 풀어낸다. 신경 가소성을 중심으로 AI의 딥러닝 원리를 쉽게 설명한 책.
생각하는 기계는 뇌를 닮고 싶은가, 수잔 슈나이더
철학적, 과학적 시각에서 본 AI의 의식 가능성. 인간의 뇌가 지닌 자각과 감정, 창의성은 과연 기계로 구현될 수 있을까? AI의 한계와 인간 뇌의 독창성을 균형 있게 다루며 사고 확장을 유도.
뇌, 생각의 출현, 안토니오 다마지오
감정, 감각, 자기 인식 등 뇌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면서 인공지능이 닮을 수 없는 인간성의 근원을 설명. AI가 하지 못하는 ‘느낌’과 인간 뇌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책.
생각하는 뇌, 컴퓨팅하는 뇌, 크리스 일리아데스
인간의 뇌는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에서 AI의 신경망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맥락’과 ‘경험’을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AI와 인간 뇌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기술적으로 정리.
딥러닝 혁명, 테런스 J. 세즈노스키
딥러닝의 아버지 중 한 명이 쓴 책으로, 뇌과학에서 영감을 받은 인공신경망의 발전 과정을 설명. 뇌의 구조가 어떻게 AI 알고리즘의 기반이 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
뇌를 자극하는 인공지능, 게리 마커스
인공지능의 현재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함을 비판적으로 분석. 뇌를 모방한 AI의 강점과 한계를 분석함으로써 신경 가소성의 가치 재조명.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존 듀이, 현대적 해석
사고의 과정과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한 고전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현대 AI와의 접점을 조명. 비록 AI 중심 책은 아니지만, 뇌와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탁월함.
알고리즘, 뇌를 닮다,안드레아스 카프러스
AI가 뇌의 문제 해결 방식을 어떻게 모방하고 있는지를 수학적·철학적으로 설명. 뇌와 알고리즘 간의 구조적 유사성과 차이점 분석에 뛰어난 책.
휴먼 브레인, AI의 미래를 묻다, 미겔 니콜렐리스
인간 뇌의 복잡성이 AI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탐구. 신경과학의 최전선 연구 결과를 소개함. 신경 가소성과 인간 의식이 향후 AI 발전의 결정적 변수임을 강조.